사실 오늘은 3일인데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어제의 일기를 쓴다.
어제는 정말 폭풍같은 하루였다.
너무 준비없이 오긴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뭐 내 잘못이긴 한데..
길치 + 영어 못함 + 준비 안 함
의 3박자가 고루 갖춰져서 아주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낸 하루였다.
너무 피곤해서 몸이 박살나진 않을까 싶었을 정도
#1. 케플라비크 공항 도착
다행히도 케플라비크 공항이 레이캬비크랑 머나먼 곳이라는 것 정도는 미리 알았어서,
공항 버스를 예매해둔 상태였다.
근데 세상 멍청한 길치는 공항 안에서도 길을 잃는답니다!!
공항에서 나오는데 30분 넘게 걸렸다. 멍청이
#2. 레이캬비크 버스 터미널 (BSI) 도착
아이슬란드에서의 three roaming 은 극악이다.
진짜 인터넷 개극악.
아 일단, 아이슬란드 버스(대중교통)편은 구글맵에 안 잡힌다.
왜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것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대신 bus.is 라는 사이트에서 버스 정보를 제공하는데,
인터넷이.. 안 터지니까........ 내가.... 뭘......... 검색할 수가 있어야.............
넘 느리다.
그래서 빡쳐서 일단 구글맵에 집 찍고 걸었다.
도보는 잘 나오니까..
58분인가? 걸린대서 그래 걍 한시간 걷지 뭐 하고 걸었다.
근데 아이슬란드는 진짜
시내쪽을 조금만 벗어나도 뭐가 없다
아예 없다
얘기 듣던 누군가가 '한적한가보네' 라고 하던데
한적도 아니고 한산도 아니고
황량수준이다.
걷는데 막 얼어있는 풀이랑 넓은 도로뿐이고 사람보다 차가 훨씬 많다.
심지어 막 어딘가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이거 산 아닌가..? 싶더니
집 근처 가서는 공원인지 숲인지 모를.. ㄹㅇ 산길......
약간 2014년 제주도 여행에서 조난 당할뻔 했던 사려니 숲길이 떠오르기도 하고,
초등학교 때 두류공원으로 소풍 갔다가
일부러 길 벗어나서 종이쪼가리 숨겨놓고 보물찾기 하던 그 숲 아닌 숲도 생각나고...
여튼 여러모로 어마어마했다.
겨우 한시간을 걸어서 숙소에 도착하긴 했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3. 코파보귀르 (kópavogur) 숙소 도착
숙소에 겨우 도착해서 문 좀 열고 들어가보나 싶었는데,
에어비앤비 숙소라 집 문 앞에 열쇠가 든 'lock box'가 있다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셨었다.
근데 lock box가 어떻게 생긴지 몰라서 20분 넘게 찾다가,
친구가 정문 사진 찍어 보내보래서 보냈더니 바로 찾아줌..
덕분에 겨우 찾아서 야 신난다!! 하고 열었는데
안에 열쇠가 없었다..........
이제 해도 져서 춥고.........
너무 오래 걸어서 힘들고...................
나는 여길 왜 왔나에 대한 깊은 현타를 겪으면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호스트한테 메시지를 보냈더니
새 키를 들고 오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면서 ㄹㅇ 현타 개쩜
그러고 겨우 새 열쇠 받아서 집 들어왔더니
내가 3시 전에 도착하는 비행기편을 타고 왔는데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뭐라도 좀 먹고 싶었는데
근처 슈퍼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시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빡치고 귀찮고 힘들어서 그대로 뻗었다.
근데 곧 예약해뒀던 오로라 투어가 있었다...
#4. 오로라 투어 (With Reykjavik Sightseeing)
아..
오로라 투어 진심으로 가기 싫었다
너무 힘들고 귀찮아서 아 그냥 벨파스트나 다시 가고 싶다고 한참 생각했다.
아이슬란드까지 와서 뜬금없이 느껴버린 벨파스트의 소중함..
그래도 돈도 이미 냈으니 가야지.
레이캬비크 숙소는 너무너무 비싸길래 (심지어 숙소도 늦게 구함)
그냥 코파보귀르로 했더니 (심지어 내가 구한 숙소가 레이캬비크 아닌 거 출발 전날 앎 ㅎㅎ)
투어 업체랑 픽업 장소 때문에 역시나 안 되는 영어로 꾸역꾸역 메일을 주고 받는데,
자기네는 레이캬비크 대상 서비스라 코파보귀르까지는 못 와준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The Capital Inn 이라는 코파보귀르와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는 레이캬비크 호텔 앞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ㅓㅁㄴㅇㄹㅁ니허ㅣㅏ 그 숲길 다시 걸어야 됨
30분 걸어가야 됨
넘 지침..
심지어 이번엔 걸어가는데 해도 다 져서 진짜 깜깜하고
야맹증도 있어서 길 안 보이고 후레쉬 켜야하고
와중에 길 잃을까봐 지도도 켜야하고
길은 중간중간 꽁꽁 얼었고 내 신발은 미끄럽고
겨우겨우 약속 시간 전에 약속된 호텔에 갔는데...
아무래도 다들 투어 픽업을 기다리는 것 같은 모습들이었다.
근데 투어 버스가 몇차례 다녀가더니
나만 덩그러니..........
진짜 버스 놓친 거 아닌가 싶어서 급하게 메일로 또
나 약속시간 전에 와서 삼십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버스가 안 왔다고!! 어떡하냐고 보냈는데
보내자마자 버스 옴 ㅎㅎ 다행
덕분에 투어를 하긴 했다.
근데 오로라는 못봤다.
진짜 너무너무완전진짜엄청 춥기만 하고..................
허무하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너무 심신이 피로해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뻗어 잠들었다가
가이드가 깨워서 겨우 일어났다. 나한테 너 어디 내려야 하냐고... ㅎㅎ
배고프고 힘들고 지치고 피곤한 여행 첫날이었다..
#5. 뻗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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