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매일 출퇴근 시간에 셔틀버스를 운영하는데,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다보니 매번 오는 버스 회사가 다르다.

그제 퇴근 버스는 시내버스 회사의 버스였다.
2층버스에다, 1층 뒷좌석에는 거꾸로 좌석이 있는.

어쩌다보니 거꾸로 좌석에 앉게 되었는데
신기한 느낌이었다.

언제나 창가에 기대 멍하니 지나가는 풍경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나는 그 풍경들이, 진짜로 지나가는 모습은 본 적 없었던 것 같다.

똑바로 앉았을 때엔 나를 향해 다가오기만 했던 풍경들인데,
거꾸로 앉아서 바라보니 쉼없이 멀어져가는 풍경들만 있었다.

끊임없이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창 밖 풍경을 보면서,
쏟아지는 자극에 정신이 팔려
멀어지는 것들을 챙기지 못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어지고 나서 후회하면 이미 늦은 거니까.

가끔은 뒤도 돌아보면서,
내 주변을 더 챙겨야겠다.

내 실수로, 내 잘못으로 멀어져버린 것이
더 생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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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 있다 답답해서
바람쐬러 나와,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

바닥에 벌레가 한마리 있었다.
비가 와 날개가 젖었는지,
이미 비에 젖은 바닥에서 바둥대고 있었다.

처음에는 뒤집어져 다리만 허우적대고 있기에
곧 죽겠거니, 하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동안을 그렇게 버둥대다, 어느새 바로 서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멍하니 바라보면서, 참 악착같은 삶이라 생각했다.
이미 날개가 다 젖어, 날 수도 없을텐데.
저건 본능이겠지. 살 수도 없을텐데.

그러고 일어섰다. 더 지켜볼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한참이 지나 다시 온 자리에는
어느새 제대로 일어서서 날갯짓을 시도하는
그 벌레가 있다.

이제쯤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날개를 펼치기까지 한 벌레를 보고있자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날갯짓을 보고있자니
저렇게 산다는 건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휘청이며 펄럭대는 날개를 보며 다시 일어섰다.

이따가 다시 왔을 때는
날아간 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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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할 일은 늘어 가는데
해놓은 일은 늘지 않는다.

행복할 이유는 줄어만 가는데
우울한 이유는 늘어만 간다.

하고 싶은 건 적어지는데
하기 싫은 건 많아진다.

기대는 사라지고
기다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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